한희정 푸른새벽

한희정 푸른새벽

개점 3,094일째(맑음) 오늘도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오래 전 찾아온 손님이 씨앗을 주고 갔던 ‘호박’이라는 야채가 완전히 자라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손님이 가르쳐준 대로 두꺼운 껍질을 조심스럽게 자른 후 쪄보았다. 제법 달콤하고 맛있었다. 또 씨앗을 뿌릴 생각이다. 튀겨 먹어도 맛있다고 한다. 개점 3,095일째(맑은 후 흐림) 오늘도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딱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책을 읽으며 가게를 보았다. 「우레릭스의 우울」을 전부 읽었다. 재미있었다. 개점 3,096일째(비) 오늘도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날씨가 안 좋아서 빨래를 할 수 없었다. 냄비 안의 호박이 상하기 시작했다. 상하는 게 굉장히 빠른 것 같다. 개점 3,097일째(맑음) 오늘도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날씨가 좋아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빨래를 해서 널었다. 셔츠 하나를 떨어뜨려서 진흙투성이가 되는 바람에 다시 빨아야 했다. 빨래대 아래에 콘크리트를 바를까 했지만 두더지와 지렁이를 생각해서 그만두었다. 개점 3,098일째(맑음) 오늘도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평소대로 상품 검사를 했다. 전부 아무 이상 없었다. 언제 누가 사러 오더라도 정상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조금 기뻤다. 그 후에는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개점 3,099일째(흐린 후 맑음) 오늘도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낮부터 ‘용건이 있는 사람은 호출 벨을 울리세요’라는 팻말을 걸어놓고 가게 뒤쪽에 있는 강으로 낚시를 하러 갔다. 작은 것과 큰 것을 합쳐서 전부 다섯 마리 낚았다. 작은 녀석은 도로 강에 놓아주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뮈니에르를 먹었다. 개점 3,100일째(흐림) 오늘도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침부터 상태가 이상했던 발전기를 수리한 후 여느 때처럼 가게 안을 청소했다. 가게 안을 언제나 청결하게 유지하도록 노력 중이다. 남은 생선을 훈제하려다 너무 조금이라 그만두고 저녁에 먹었다. 개점 3,101일째(흐림) 오늘도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계측기기의 정기검사를 했다. 약간 마이너스 방향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지만 전부 허용오차 범위 내였다. 40일 후에 재검사를 할 예정이다. 냉동고에 넣어뒀던 고깃덩어리 하나를 해동했다. 개점 3,102일째(맑음) 오늘은 손님이 왔다. 79일째다. 오랜만에 긴 일지가 될 것 같다. 아침부터 날씨가 굉장히 좋았다. 기분 좋게 시트를 넣고 기분 좋게 가게를 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왠지 ‘오늘은 누군가가 찾아올 것 같다’는 감각이랄까, 그런 감촉 같은 것이 느껴졌었다. 그게 적중한 걸 보면 내게는 제6감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에 측정해봐야겠다.

Attempt easy tasks as if they were difficult, and difficult as if they were easy; in the one case that confidence may not fall asleep, in the other that it may not be dismayed. Dressing up is inevitably a substitute for good ideas. It is no coincidence that technically inept business types are known as "suits." To find yourself jilted is a blow to your pride. Do your best to forget it and if you don't succeed, at least pretend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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